사람의 마음 2

가위.....김순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2. 6. 6. 07:59

 

 

 

가위......김순진

 

 

어떤 이는 그를 보고 입이 싸다고 하고

어떤 이는 그를 보고 배꼽이 크다고 했다

어떤 이는 그를 보고 허벅지가 굵다고 하고

어떤 이는 그를 보고 멀쩡한  게 놀고먹는다 했다

나는 그에게 두주머니 차는 법을 배우고 싶었으나

그는 나에게 남의 것을 떼어먹는 법을 가르치려 들었다

 

그가 하얗게 선이 그어진 길을 따라 내려갔다

순간 모든 것의 사이를 갈라놓는 듯했으나

어느새 미끈한 허벅지가 되어 등산로를 오르고 있다

어머니는 고추를 한 자루 가져오시더니

먹고 노는 그에게 고추꼭지를 따라고 이르셨다

그는 너무 매워 딸꾹딸꾹 피기를 일으키면서도

집안 식구 둘러앉는 두레반을 상상하면서 참아냈다

 

사람들은 그에게 그렇게 많이 먹고도

언제나 똑같은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묻자

그는 먹고 늘어지게 잠만 자는 것처럼 보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늘 정중동으로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함부로 지껄이면 입을 찢어놔야 한다면서

제각기 제 말이 옳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날 선 입으로 그들의 말을 오려냈다

 

 

 

 

***   제각기 제 말이 옳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날 선 입으로 그들의 말을 오려냈다***

 

 

스토리 문학 봄 호에서  2012

 

*  나는 내가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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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06   향기로운 자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