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오십세/전건호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0. 5. 05:43
오십세/ 전건호
금방 들은 것도 오십초면 증발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왼손이 오른 손을 믿지 못한다
전화를 걸어놓고 상대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일년 전 감추어둔 쌈짓돈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 비상한 은닉술에
동네참새들은 닭대가리라는 둥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는 둥 쪼아댄다
닭이든 까마귀든 허공을 나는 새 아닌가
나를 둘러싼 시공이 가벼워진다
내게 착지했던 생각들 깃털이 돋아났는지
고개 돌리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잘 잃어버린다는 것은
무겁게 짓누르던 잡념이 휘발되는 것
텅 빈 풍선이 되어
미풍에도 풀풀
눈짓만 줘도 포르르
바람만 불어도 기우뚱 한다
기억의 한계가 0을 향해 달릴수록
무념의 경지에 달하는 듯싶다
붙잡으려 했던 것들은
바람 부는 대로 날아간다
0을 향해
초읽기 진행되는 동안
금방 뱉은 말도 잊어버리는
어처구니 구관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