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울음을 터뜨리기 좋은 곳

 

울음 터뜨리기 좋은 곳

구석기김종제

가을이라도 

구름 한 점 없는 날
흔치 않는데
때에 맞춰
울음 터뜨리기 좋은 곳을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가
시퍼렇게 얼굴 적신 허공처럼
참고 있었던 통곡이
별안간 무슨 방언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곳
그 울음을 멀리서 듣고
물소리는 옆에 가까이 다가와
끊임없이 훌쩍이고
숨겨놓은 마음을 읽었는지
검은새들도 목청껏 울어주는 곳
들꽃들과 나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숨가쁜 곳
그곳에 딸이자 누이인
한 여자가
울음 터뜨리기 정말로 좋은 곳에 누워
무덤의 귀를 환하게 열어놓고 있다

출처 : 구석기와 함께 시(詩)를

글쓴이 : 구석기 원글보기

메모 : 스토리 문학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