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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이질/김태연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1. 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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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이질/김태연

 

 

 

두 고부가 대청마루에 앉아 이불호청을 두들기고 있다

꾹 다문 입술에 전운이 감돈다

어머니, 에젠 광열쇠를 내놓으시지요

말끝마다 말대답하는 그 입 좀 닫을 수 없겠니

무언의 시위가 한창이다

엉뚱한 생각에 며느리 방망이가 시어머니의 방망이와 부딪혔다

눈을 살짝 흘긴 시어머니

꾸중들을까 눈을 질끈 감은 며느리

땅따당 땅따당땅

어머니, 이젠 땅 한 자리 팔아 세간살이 내주시지요

떡떠덕 떡떠덕떡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낳아주기 전엔 어림도 없다

두드려 맞은 이불호청은 주름살 편 채 해맑게 웃고

마을을 휘돌아온 공명에도

마루 밑 누렁이 코를 골고

 

 

 

 

***'봇물터지듯' 시집 김태연    2012. 문학공원

 

축하합니다   

첫시집 중에서 엄마와의 다듬이질이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2012. 11. 29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