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스크랩] 김미숙-그리운 바다 城汕浦 (이생진 詩)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2. 10. 17:03


    그리운 바다 城汕浦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혼자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그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에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또 기다리는 사람!

출처 : 희뿌연 수채화
글쓴이 : 탱크 원글보기
메모 : 김미숙의 목소리와 탱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