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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란의 계절/김미나

향기로운 재스민 2013. 5. 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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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법의 예

 

 

포란의 계절/ 김미나

 

 

흔들리는 집을 짓는 것들은 날개들뿐이다.

새들의 건축법에는 면적을 재는 기준이 직선에 있다고 나와 있다.

직선은 흔들리는 골재를 갖고 있다. 문 없는 집, 계단 없는 집, 지붕이 없는 집, 없는 게 너무 많아 그 집을 탐하는 것들도 별로 없다.

 

 

미루나무에 빈집 몇 채 얹혀 있다.  층층을 골라 다세대 주택 같다. 

포란의 계절에만 공중의 집에 전세를 드는 새들, 알들이 아랫목처럼 따뜻할 것 같다.

아궁이에선 초록의 연기가 피어 오르고 어둠을 끌어다 덮으면 아랫목에서

날개가 파닥일 것 같다.

 

 

공중 집을 보면 새들의 작고 뾰죽한 부리가 생각난다. 날개에 붙어 있는 공중의

주소, 셀 수 없는 바람의 잔가지들이 엉켜 있어 수시로 드나드는 바람엔

개의치 않는다. 양 날개에 바람을 차고 나뭇가지를 나르던 가설의 건축.

 

 

쌀쌀한 날씨에 군불처럼 둥지에 앉아 있는 새들.

 

 

불안한 울음이 가득한 포란의 집. 짹짹거리는 소리가 나뭇가지를 옮겨 다닌다. 

직선의 면적에 둥근 방, 문고리가 없다.

 

 

이제 소란한 공중은 새들의 소유다.

 

 

- 출처; 창간 46 주년 2011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다양한 수사법이 자주 적용된 시  모든 언어는 시인이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2013.  05.  23.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