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

형제/김준태

향기로운 재스민 2013. 10. 29. 08:15

 

가을의 장미Autumn Rose/Ernesto Cortazar

 

 

형제 / 김준태

 

 


초등학교 1,2학년 애들이려나

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 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 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주고 있었다

불알 두 쪽도 예쁘게 반짝반짝 닦아주는 것이었다


그게 보기에도 영 좋아 오래도록 바라보던 나는

"형제여! 늙어 죽는 날까지 서로 그렇게 살아라!"

중얼거려주다가 갑자기 눈물방울을 떨구고 말았다


- 계간 <유심> 2003년 여름호

*  언니를 생각하며 이 글을 봅니다

 

 

2013. 10. 29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