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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문정희 (1947 _ )

향기로운 재스민 2014. 1. 11. 10:30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생애를 허둥거린다

 

 

 

 

 

 

  운보 김기창의   '태양을 먹은 새'

  

 

 

 

 

2014. 01. 11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