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방랑자 잉거스의 노래 / 예이츠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William Butler Yeats
I went out to the hazel wood,
Because a fire was in my head,
And cut and peeled a hazel wand,
And hooked a berry to a thread;
And when white moths were on the wing,
And moth-like stars were flickering out,
I dropped the berry in a stream
And caught a little silver trout.
When I had laid it on the floor
I went to blow the fire aflame,
But something rustled on the floor,
And some one called me by my names:
It had become a glimmering girl
With apple blossom in her hair
Who called me by my name and ran
And faded through the brightening air.
Though I am old with wandering
Through hollow lands and hilly lands,
I will find out where she has gone,
And kiss her lips and take her hands;
And walk among long dappled grass,
And pluck till time and times are done
The silver apples of the moon,
The golden apples of the sun.
방랑자 잉거스의 노래
- 예이츠
머리 속에 타는 불 있어
나 개암나무 숲으로 갔네
가서 나뭇가지 꺾어 껍질 벗기고
갈고리 바늘에 딸기 꿰고 줄을 매달아
흰 나방 날고
나방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나는 냇물에 그 열매를 던져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 낚았네.
돌아와 그걸 마룻바닥에 놓고
불을 피우러 갔을 때
뭔가 마룻바닥에서 바스락거렸고
누가 내 이름을 불렀네.
송어는 사과 꽃을 머리에 단
어렴풋이 빛나는 아씨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곤 뛰어나가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졌네.
낮은 땅 높은 땅 헤매느라고
비록 나 늙었어도
그녀가 간 곳을 찾아내어
입 맞추고 손 잡으리,
그리하여 얼룩진 긴 풀 사이를 걸으며
시간과 세월이 다 할 때까지 따리라
달의 은빛사과
해의 금빛 사과를.
*'잉거스'는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美와 靑春과 詩歌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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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기자 로버트 킨케이드(52세)는 지붕이 덮힌 다리 Roseman을 촬영키 위해 메디슨 카운티라는 마을에 당도하여 길을 물으려 어느 집 앞에 자신의 낡은 트럭 Harry를 세운다. 과객 킨케이드는 바로 그 곳에서 맨발에 청바지와 물 빠진 청색 작업복 셔츠를 입고 현관 앞 그네에 앉아 아이스티를 마시고 있는 중년 여인 프란체스카(45세)를 만난다. 마침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아이들은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도시로 떠나 3일 후에야 돌아올 예정이고...여기서 그들은 일생에 한번밖에 오지 않을 사랑을 엮는다. 하지만 그들은 짧은 기간 애틋하고 격렬한 사랑을 나누지만 필연적 이별을 맞는다.
킨케이드는 왜 볼품없는 시골 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으며 프란체스카 또한 떠돌이 사진작가에게 그토록 쉽게 마음을 빼았겼을까? 교사직에 보람을 느꼈지만 남편의 반대로 일을 포기해야 했던 여인. 그리고 이탈리아 가곡을 틀어놓으면 팝송으로 바꾸는 딸,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여닫는 남편과 아들, 식탁에서의 침묵, 숨이 막힐 듯 적요한 집안 분위기... 그것은 예이츠의 시를 암송할 정도의 감성을 지닌 프란체스카에게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 앞에 늘 그리워하던 고향 이탈리아의 바리를 가본 남자가 나타난 것이 사단이라면 사단이었다. 킨케이드는 프란체스카에게 이렇게 작업을 건다. '내가 사진을 찍어 온 것, 그 많은 곳을 다녔던 건 바로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였고, 사랑하기 위해서였으며, 이렇게 확신에 찬 감정을 느껴본 것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오'
자신의 꿈을 버리고 살아가는 한 여인의 내면을 일깨워 그녀가 끝내 선택하지 못한 길을 지켜주고 기다리는 남자로 프란체스카에게 비쳐졌다는 것. 사랑의 조건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리라. 그 후 평생 동안 가슴속에 묻어만 두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프란체스카가 세상을 뜨고서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던 자녀들에 의해 드러나게 된다. 킨케이드가 생을 마감하자 그의 가장 소중했던 카메라 니콘F가 상자에 담겨 프란체스카 앞에 도착하는데 그 안에는 빛바랜 쪽지 하나가 함께 들어 있었다.
'흰 나방이 날개짓 할 때(when white moths were on the wing)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시면 오늘 밤 한번 더 찾아주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잠못 이루던 프란체스카가 한밤중 트럭을 몰고 달려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즈만)에 꽂아두었던, 로버트에게 보낸 쪽지(예이츠의 시를 인용한 초대의 메모)였던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는 이런 대목도 있었다. '친애하는 프란체스카.. 사진 두 장을 동봉하오. 하나는 해 뜰 무렵 초원에서 찍은 당신 사진이오. 당신도 나처럼 그 사진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소. 또 렌즈통을 내려다보면 그 끝에 당신이 있소. 매디슨 카운티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왔소. 당신을 사랑하는 로버트'
카메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사진을 '기억을 지닌 거울'이라 하였다. 사진은 어둠 속에 묻히는 순간들을 영원한 것으로 만드는 '시간의 기술'로 사진 속에는 그때의 모든 색깔과 냄새와 소리까지도 함께 저장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흘 동안 사랑하고 평생 동안 그리워하는 중년의 사랑. 그 배경에는 굳이 그 기억을 DPE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강한 사랑의 추억이 영원토록 자리할 수 있었기에 누구나 한번쯤 그런 사랑을 꿈꾸어 본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에서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가 처음 만난 날 저녁 그들이 함께 집 주위를 산책하며 예이츠의 시구로 정담을 나누는 장면이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산책할 때 로버트가 예이츠의 싯구인 "달은 은빛 사과, 해는 금빛 사과(The silver apples of the moon,The golden apples of the sun)" 를 낭송하자 프란체스카는 이 시가 예이츠의 시임을 알고 다음날 새벽 역시 같은 싯구인 바로 그 "나방이 날개짓을 할 때..."라는 쪽지를 그들 만남의 가교인 로즈먼 다리에 붙여 놓는데 그 쪽지가 바람에 팔락이는 장면이 생생하다. 이 쪽지를 로버트는 죽을 때 까지 간직하였다가 죽은 후 "4일 동안"이라는 그의 사진집에 끼워서 프란체스카에게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로즈만 다리는 십년 전 불타 없어져 버렸고, 속편 소설이 나와 전작의 분위기를 망쳐 놓았으며,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젊은이들에게 미국제 신파쯤으로 이해될런지 모르겠지만 예이츠의 시는 오늘도 펄럭이며 불려진다.
권순진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 Donov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