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김선우

향기로운 재스민 2015. 7. 14. 07:35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김선우

 

 

   

  가령 이런 것

  콩나물 시루 지나는 물줄기― 붙잡으려는―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지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오직 이 순간이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쭉 편다

  지금 이 순간밖에 없이 아―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 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야! 

 

 

 계간 『서정시학』 2011년 여름호 발표

 

 

 

*오늘 읽은 시

 

2015. 0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