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스크랩] 어느 만춘의 날

향기로운 재스민 2012. 4. 30. 10:17




어느 만춘(晩春)의 날

 

산돌배 조성구

 

아무도 차마 마주칠 수 없는 곳으로 하루쯤은 메마르도록 쉬고 싶은 날 그 바닷가에는 억울하게 속 뺏긴 고동이 엎어 훌쩍거리고 아직은 겨울 음지의 수행으로 직립하지 못한 갈대들 바람의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있다 관계에 관계를 덧칠하고픈 여심 봄 바다 찾아온 여인이 역광에 부드러운 저녁 빛, 물기슭 아래 핀 해(海)나리 손품 가득 노을꽃을 쥐고 있었다 현실 속 환상을 휘저어 미혹한 은둔의 사랑을 찿아냈는지 지금껏 섬기던 꽃잎을 떨구어 버렸다 해 부름에 돋아난 풀꽃 사이사이 둥근 돌멩이 밑으로 봄물이 지나갔다 막 뭍에서 내려온 이팝 꽃향내가 여린 눈주름 위 기억 속으로 들어가더니 미소를 되물고 나온 것은 사과향이다 그날엔 고깃배 고동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뉘엿한 하늘엔 어느새 별들 곱게 자리를 잡고 손 놓으면 쓸려갈 듯 들썩거리던 해조음 해녘 내 아쉬움을 귓전에 담고 있었다 어느 만춘의 날 아무도 차마 마주칠 수 없는 곳 벤취엔 누가 놓고 갔는지 돌모스 한 송이 놓여 있다 2012.4.29

 

                                                          



출처 : 산돌배의 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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