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간이역/심철수
찬바람 맞으며 테헤란로를 걸어간다
키 큰 꺽다리 아저씨가
점잖 빼며 표정 없이 지나간다
정장 차림의 잘생긴 젊은이가
바람같이 스쳐간다
치마 두른 아주머니가
길을 묻느라 잠간 멈춘다
과거 이웃에 살았던 할머니가
지팡이 손잡고 와서
지난날 이야기 늘어놓으며 잠깐 정거한다
가뭄에 콩 나듯 맞는 완행열차다
말쑥한 고층 빌딩이
말없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
고층 아파트가 연이어 뒤따른다
발에는 쇠고랑 칭칭 매고
머리는 빡빡 민 프라타너스 죄수들이
바람찬 겨울 길 사이에 두고
양옆에서 한 줄 맞춰 지나간다
새마을호나 KTX 는
관심 없이 지나가는 역
나는외로운 도시의 간이역이다
*도시의 간이역 『심철수 시집』에서
2012. 09. 16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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