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바다와 뻘 외 /이면우

향기로운 재스민 2013. 3. 9. 08:18

 

 

 

 

 

 

바다와 뻘/이면우

 

 

 밤게 짱망둥어 갯지렁이가 목숨을 괴발새발 뻘 위에 쓴다

 

온몸 밀려 끌며 쓴다 그러면 바다가 밀려와 말끔히 지운다

 

왜 하루 두 번 바다가 뻘을 지워버리는 지

나이 쉰에 겨우 알았다 새로 살아라

 

목숨 흔적 열심히 남겨라

 

그러면, 그러면 또 지워주겠다아아아 외치며 바다

막무가내 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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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무 일 없었다 - 이면우

물탱크 점검차 올라간 옥상 난간 아래 꽁초 소복하다

간밤 누군가 여기 서서 한갑 담배 다 피워낸 거다

나는 그이가 무슨 마음을 짓고 허물며

연기를 들이켜고 뱉었는진 몰라도 바로 여기 서서

십오층 난간 저쪽 거대한 도시

불빛을 아주 오래 지켜보았던 것은 안다 그리고

끝내 주먹 불끈 쥐고, 입 꽉 다물고, 엘리베이터 타고

땅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 잠그는

그날 저녁부터 새로 늘어났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창작과비평사/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