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靑瓷/김인태
허기진 봄날 어찌 자고 진달래는
그렇게 피워댔던가,
들에서 돌아오신 아버지 마루 끝에
앉으며 흙 묻은 양말 툭툭 터시던
그날,
유난히도 피곤해 보였다
동족상쟁의 난 상처
두 마디 잘려나간 손가락 보면서
어려운 생활 아버지 손같이 어둡게 보였다
이제 공부도 할 만큼 했으니
집안일은 두고 떠나라 그 말씀
지금도 귀지처럼 나온다
청천 날벼락 명령 같은 말 떨어지게 무섭게
떠나온 후
시루떡 찐 솥만큼 삶의 냄새 맡으며 살아온
지금도 아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벌판 지나 인적 드문 버스정류소
마주 보는 동구 안
눈에 익은 나직한 대문 앞에서
어머니, 어머니 목 타게 불려 보지만
대답 없고 큰방 문 앞 시렁가래에 달린
메줏덩이 삼 남매 우윳빛에 눈을 감춘다
저 왔습니다,
마루에 들어서자마자 무릎 꿇고 큰절한다
무탈하시지요,
장장 엎드려 일어서지 못했다.
19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