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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청자

향기로운 재스민 2011. 3. 24. 15:57
    청자靑瓷/김인태 허기진 봄날 어찌 자고 진달래는 그렇게 피워댔던가, 들에서 돌아오신 아버지 마루 끝에 앉으며 흙 묻은 양말 툭툭 터시던 그날, 유난히도 피곤해 보였다 동족상쟁의 난 상처 두 마디 잘려나간 손가락 보면서 어려운 생활 아버지 손같이 어둡게 보였다 이제 공부도 할 만큼 했으니 집안일은 두고 떠나라 그 말씀 지금도 귀지처럼 나온다 청천 날벼락 명령 같은 말 떨어지게 무섭게 떠나온 후 시루떡 찐 솥만큼 삶의 냄새 맡으며 살아온 지금도 아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벌판 지나 인적 드문 버스정류소 마주 보는 동구 안 눈에 익은 나직한 대문 앞에서 어머니, 어머니 목 타게 불려 보지만 대답 없고 큰방 문 앞 시렁가래에 달린 메줏덩이 삼 남매 우윳빛에 눈을 감춘다 저 왔습니다, 마루에 들어서자마자 무릎 꿇고 큰절한다 무탈하시지요, 장장 엎드려 일어서지 못했다.
    1989.3.

     

     

     

    [시작노트]


    난 촌에서 태어났지만 한 번도 제대로 들에서 일 한 기억이 없다.

    부모님의 마음은 남들 자식보다 곱게 키워 보고 싶음이 마음이었다.

    아마도 또 하나의 생각이 있다면 남보다 왜소한 체격조건

    가냘프고 그러한 생각들‘ 늘 갖고 다녀 을 것이다.

    더욱더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아들인 제가 봐온 아버지는 정직하게 살아왔고

    그렇기에 정직하기만 하길 바랐을 뿐이다,

    남의 슬픈 일 있으면 항상 앞장서서 나서는 그런 분이었다.

    일차산업에서 이차산업으로 옮겨가는 사회에서 농촌에 머무를 수 없는

    현실에 도회생활에 시달리곤 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어느 모임에서 쓰러졌다는 전갈 받고 황급히 고향으로 달려갔다.

    난 아버지의 얼굴 보면서 가슴에 흐르던 피가 멈췄다.

    평소 보시던 아버지가 아니고 무척 야윈 모습 보면서

    그래도 무거운 병을 갖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시며

    직장에 열심히 해라, 하시곤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시는 모습 난,

    뒤돌아서서 혼자 울었다. 그리고 돌아가시는 모습 보질 못하고

    돌아가심을 나는 항상 내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출처 : 가을, 그리고 겨울로
    글쓴이 : 동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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