紅枾
- 여강 최재효
뒤뜰에 벌거벗은 감나무 한 그루
나뭇잎도 없는데 홍시 하나 애처롭네
저 홍시 내년 봄에 새 닢 나고
감꽃 피어도 그대로 일레
서설瑞雪 뒤집어 쓴 까치 한 마리
불 같은 홍시를 품고도
차마 쪼지 못하고 허기진 속을 달래네
오작교烏鵲橋는 언제 놓여지려나
노을 속에 기러기 암수 서로 정다운데
저 까치는 언제 다정多情할까
오늘처럼 만월滿月이 헌헌장부로
찾아오는 밤이면
저 멀리 영동嶺東 하늘을 넋잃고 바라보는
가엾은 까치 한 마리
행여 폭설에 홍시 묻히고
된바람에 겨울나무 우는 밤이 오면
저 까치 백오白烏 향해 목 길게 뽑고
솟대 위 나무새처럼 될까 두려워라
- 창작일 : 2010.12.20. 23:30
* 紅枾 - 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