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부부
반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 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월간『현대시학』(2004년 10월호)
목동 이파트 , 3단지 은행나무 길을 다시 쳐다보며.....
2014. 07. 07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이 바쁜데 웬 설사/ 김용택 (0) | 2014.07.14 |
---|---|
접촉사고/ 강연호(1962 ~ ) (0) | 2014.07.11 |
바퀴/전향 (0) | 2014.07.04 |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0) | 2014.07.01 |
화염경배/이면우 (0) | 2014.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