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이에게....
어제 강남 모임에 갔다가
다음 주 월요일이면 널 만날 수 있겠지
하면서도 가끔은 누구 때문에
불안 할 때가 있단다.
얼마 전에 권탄씨가 아직 널
재진씨 그렇게 떠나 본뒤로
만나지 못했다고 하니까 나보고
섭섭해하드라
너도 알다싶이 난 여전히 겉으로는
아무 일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그 사람을 위해 간호사 역활을
해야 되잖아. 나 너무 그를
왕처럼 모셔 온 것 같아
그게 잘 한건지 잘 못한건지...
요즈음은 가끔씩 짜증 스러울 때도
있단다. 새벽이면 일찍
깨어서 시나,보고 싶은 책
아니면 음악을 듣는 것으로
지내고 있단다. 그날 온양에 있는
재남이도 꼭 같이 만나고싶어
그 후 어떻게 다시 확인은 해
보았는지....
오늘은 강원도 너의 전원 주택에서
너는 밥하고 재진씨와 난 겉절이 할
열무를 씻어 직접 재진씨 손으로
버무려 거기 모인 다른 친구들과
맛있게 먹던 그날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지금 본 시집에서 오늘의 시로 네가
보면 좋을 것 같아 올려 볼게...
<홍매화 핀들 뭣하나> ...모은 최춘자
봄이 오는 길목의 어둠 속
몸으로 엄습해오는 갈증은
그대 향한 항의인가
내 간절한 청원인가
젓가락은 두개가 있어야 온전한걸
그대 멀리 있는 젓가락 한 짝
난 홀로 쓸쓸한 젓가락 한 짝
미완의 불구이고 불행이어라
창밖 봄 뜰에
홍매화 핀들 뭐하나
매화가 아름 답지만
내겐 그대가 매화인걸
매화는
코로 향을 맡는 꽃이 아니라
귀로 듣는 고결한 꽃이라지만
내 귀엔 오직 그대만 들리는 것을
봄꽃의 향기도 아랑곳없이
마냥 그대 사랑만 갈망하니
가슴에 그리움만 가득 쌓인
이 밤은 또 얼마나 길 것인가
아 - 아!
목마른 밤의 기나긴 터널이여
터널 저 아스라한 끝에서
환상처럼 어른거리는 나의 그대여.
***삶이 없어도 그대 사랑이라면 ***
( 나로 인해서 생긴 두 사람의 사랑이라 더 기억되는 것 같아...)
2011.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