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싱싱하고 아름다운 오늘은
취한 날개를 쳐서, 떠나 버리지 못한
비상(飛翔)의 투명한 빙하가
서릿발 아래로 위협하듯 찾아드는
이 모진 잊혀진 호수를 찢어 줄까!
흘러 간 시절의 백조는 이제 기억한다.
모습은 찬란하나, 불모의 겨울 근심이
서슬 푸르게 번쩍거리도록
찾아가 살아야 할 악사를 노래하지 못한 죄로,
헤어나려고 애쓰나 희망이 없는 저의 신세를.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저에게 내리는
이 백색의 죽음 같은 고뇌를,
새는 저의 목을 다 늘여 빼고 뒤흔든다.
그러나 저의 날개깃이 매여 있는
이 땅의 혐오를 어이 뒤흔들랴.
저의 순수한 빛이 이곳에 지정해 준 유령의 모습,
무용한 유형 속에서, 백조의 신세로 하여 얻어 입은
차디찬 모멸의 꿈에
가만히 멈추어 몸을 맡긴다.
[출처] 스테판 말라르메 - 백조 Le Cygne.|작성자 지니
번역 김화영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 시집<슬픔에 손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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