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는 황사의 비가 내린다고 여겼는데
다행스럽게 비는 내리지 않아 저녁 산책을 제대로
끝내었다.
그녀와 나는 등나무 아래에서 여섯시 십분쯤 만나서 바로 길 건너 언덕
공원 가장자리로 도는데 오늘은 어디서인가 트럼벳으로
동백아가씨를 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을 찾으니
공원 가운데 놀이기구 있는데서 어떤 남자 분이
좀 쓸쓸하고 구슬픈듯이 하늘을 쳐다보며 혼자 악기를
불고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듣기보다는 오늘따라 그녀는
그 옛날 시골에서 초등하교 때 학교 갔다오면 엄마가 만들어 주신 팥
찐빵 얘기를 꺼내었다. 그게 얼마나 맛있었는지를 ....또
공원의 한창 핀 박대나무를 보면서 자기 동네의 박대나무 아래에
딸을 위해 심어 놓았던 그 빨간 딸기 열매가 얼마나 맛있었나를 말하면서
꿈속에서도 한번 만나려고 해도 엄마를 볼 수 없다고 서운해했다
이젠 차츰 슬픈 것은 잊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엄마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산책을 끝내고는 눈 여겨 보아 두었던 성당앞의 길가 트럭 에서
보라색의 시네나리 화분 두개 씩을 샀다. 특별한 향기는 없는 것 같은데
조그만 야생화 같이 예쁘고 귀여웠다. 예쁜 꽃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무언가 이 계절이 빨리 사라지는 것 같은 허전함이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지금 그 꽃을 베란다에 내 놓았다가는 다시 거실로 들여놓고
꽃을 보면서도 웬지 쓸쓸해지는 마음을 다스리고있다 이런 기분은
앞으로도 더 계속될 것 같다.
어느 시인은 어느 봄날에 <벗에게 부탁함> 이라는 시를 써서 친구들에게
우정을 부탁한 적이 있다고 . . 그 부탁을 들어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 친구간의 우정도 남녀간의 사랑과 본 질적으로 마찬가지
입니다.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하고, 받지 못해도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1. 5. 1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