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비가 내리네유 부슬비가..
엊그제 내리던 비는 엄니 좋아 하시던 복상 나무에도 내렸어유.
누우신 앞 강 미호천에도 봄은 찾어 왔것지유.
지금은 온통 산유화가 지천이어유..
그러고 봉께, 아이들이 카네션 꽃을
색종이 오려 리봉을 맹그는것 보니께 엄니 아부지 날이 왔나벼유.
여지없는 날은
엄니 아들두 작년보다 더 머리 허옇게 맹글었지라.
엄니의 하얀 머리는 그때그때 대충 보였었는디
요즘 어쩌다
쇳경으로 보이는 아들 머리는 왜 더 유난을 떠는지 모르것어유.
유채가 쇠어, 핀 꽃위로 노랑, 하얀나비 날 때 쯤이면
무쇠솥에 그루콩 삶던 엄니 냄새가 나유.
봄 뙈약에
장 항아리 뚜껑이 제법 뜨거울 때 쯤이었지유.
사는게 무언지
봄만 되면 말은 없어도 며느리에게 가르쳐 주시던
간장, 된장 담그는 일이
언제부터인지 집안에서 슬며시 생략이 되었구먼유..
어무니 몸져 눕기전 까지만 해도
그 장을 담그지 않으면 집안이 어려울 것처럼 하던 것인디
쉽게 쪼로로 슈퍼에 가설랑 사오는
그 맛대가리 없는 된장 고추장에 입안이 다 헐어 가유.
동창회 빠지면
육이오 사변이 다시 날 것처럼 입이 부어 난리를 치고
무신놈의 친목계가 그리도 염병나게 많은지
읍는 돈, 닭 모가지를 틀어서라두
쫄랑쫄랑 깃대 뒤를 따라다니믄서
뙈나라 황산, 북경 천안문을 댕겨와야 칭구들에게 사람노릇 하나벼유.
때 빼고, 광내고, 폼잡고 그 육시럴 자가용 끌고설랑
꽃놀이 안가면 친정 오래비가 죽나벼유..
장 담그지 않는냐 물으면 허리 팔다리가 쑤시고
내일 모레 초상 날 것처럼 죽상을 하던 화상들이
즈이 조상 내력 ×도 모르면서
중국 만리장성만 가믄 그 팔다리 허릿병이 멀쩡히 낳는지 모르것어유.
이제 엄니의 쾌이헌 그 장맛
항아리 장독 깊은 맛은 멀어지고
들척지근헌 것에 아지나모도 아니면 음석이 어려운 시상 되었어유.
엄니
왜 세상이 요따구로 돌아 가는지 모르것어유..
어제는 저 아랫 지방에 배추가, 양파가 너무 풍년 이라는디
농부들은 왜 그런지 울상도 모질라
그 비싼 석유, 지름 들여 그것들을 파 없애뿌리네유.
여섯달 전만혀두 양파 한 관에 만원 하든 것이 천 오백이래유.
지난 짐장철 배추 한 포기 만원 했었잖어유..
여섯달 만에 천원이래유..
엄니
이래두 되는거유?
배추, 농생산 수급 조사혀라구 농수산부 있는거잖유.
그 씨발눔들은 밥 처묵고 뭘 하는지 ..
그 낮짝들구 어이 월급 타 처묵는지 모르것어유.
하기야 말하믄 뭐 허것슈우.
농어민 궁민들 죄다 죽겠다구 아우성 소리가 몇 년 전부터 인디
그래도 국가 갱제는 호황이라구 주절거렸지유.
근디,
나랏 살림 맡은 강가놈, 글구 나랏돈 주물럭대는 김가놈은
그때마다 뭐라 했는지 아셔유?
서민 갱제까지 피부인지 체감경기 갈려면 좀 시간이 걸릴거라구
츠녀가 한 밤중 요강 엎는 소릴 해 대더니
이자껏 쫗아지기는 커녕 모두 더 죽겠다 아우성이어유.
엄니
워쩐대유..
똥바가지로 그냥 그넘들 대구리를 후려쳐,
눈물이 쏘옥 빠지게 혔으믄 속이라도 시언 하겄어유.
엄니 살아 생전 쥐상오를 젤 싫어 하셨잖으유..
결국 쥐상오들이 나라 결단을 내내유...
아이엠에프 때 나라를 물 말아 처먹은 놈들이
또 같은 짓거릴하구 있구먼유 ..
나랏돈 감독원 나리 그놈 말여요.. 김가놈
나랏돈을 감시헐 놈들이.. 즈이 처자식만 살고지고
퇴직후 감시 헐 곳에 그동안 똬릴 틀었구먼유.
그것은 행여 그 뿐이것으유?
전관예우라고..되져도 못고칠 병들어
공무원 이란 것들은 한결같이 어느 부처라 할거읍시 같고만유.
허벌떨며 그곳만 가지고
오팔팔 아지매 바람 빠지는 소리만 허구 있어유 시방...
엄니
그래두 친구들 중
엄니 아부지 아적 계신걸 보면 부러워유..
오늘 어느 식당엘 갔드니
백수 거의 바라보는 노친을 부축해 와설랑
곰탕 떠먹이는 아들 며느리 모습 보고는 눈시울 적셨슈우..
엄니 생각나서..
엄니,
이번에 엄니 헌티 갈라나 모르것으유..
미호천 곁으루 강물 반짝이구
자동차 소리에 산비둘기 날면 애비 오는 줄 아셔유..
카네션 몇 송이 올리지 못허구
입아구 떠는 아들이 밉지유?
엄니 지달리셔유..
카네션 바구니 가득지고 이 밤 엄니 헌티 갈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