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산돌배 조성구
거친 풀파도 피아없는 아우성 창문 앞 추녀엔 잠 못 이루는 청상 가슴 찢는 생탈(生頉) 후득 후득 오 드 득 밤새워 이가는 낙수 2008.04 ~ 2011.5.21
안개비가 내렸다. 갑자기 튀어오른 듯 녹색들이 어느덧 봄을 지워가고 있다
그 위에 바람은 불어 몸에 닿을때마다 포근한데 ...
이런 날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나의 날이고 싶어진다.
떠오르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그들은 멀리 있다. 살아온 날만큼 붙어다니는...
그래도 무엇이 더 아쉬워 연이 닿는 곳마다. 물방울이 떨어지면 모래알 모이듯 자꾸 부른다.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 사람, 정작 마주하면 할 말을 잊고 주섬거리기만 하던걸
애써 돌아서면 더 그리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마당 나서면 고깃비늘처럼 떨구어 내리는 느티나무 꽃 잎들 나름대로 제 몫을 다한 모양이다.
애써 상념을 가두고 시선을 두지만 이내 바람이 몰고 떠나 버린다.
형광색 허치름한 미화원 얼굴이 무표정이다.
감상에 젖는 사람들사이 그것은 노동의 댓가를 남기고 빗자루에 쓸려나간다.
봄은 바람앞에서 틔우더니 다시 바람에 지우고 만다.
이 밤, 어느 관음에 중독된 늙은 새가 된 듯하다.
멀건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나를 에워싸고 있는 관심에 내관심을 덮어 쓰우려 해보지만
어쩌면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다.
사각방에 같은 모양으로 걸려있는 옷가지들,
경제라는 걸림돌에 바꾸어야 했을 가구들이 측은하다.
마음빛을 잃고 손결 고매한 생각은 뒤로 어쩌다 화장 끝내고 나간 아내의 향기 소멸되듯
봄은 이렇게 여전한대로 떠나나 보다.
이슬비를 앞세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