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아리랑...."가을, 그리고 겨울로" 중에서
섬진강 변을 걸어보라 하얗게 머리채 흔들어 대는
저 억새를 보는 늦은 가을, 다들 미친바람 이라고 할게다
서리가 내리고 한 벌 더 껴입은 옷 속으로
자주 소피가 마렵다고 칭얼대는 이때쯤,
성직자 복장을 한 여인들 피라킨사스 물고
숨차게 오른 나뭇가지에 아직도 덜 익은 시詩는
달빛에 익어가지만, 군데군데 비어있는 곳으로
운집한 눈들 싱싱하게 살아가는 삶의 발버둥,
오늘처럼 등위로 식은땀이 흐르는 저 소리
아스라이 다듬어진 벌판, 대하처럼 흐르는 이야기다
눈부시도록 밝게 문 전등 물끄러미 바라보는 건
난 끓고 싶었기에 기척도 없이 엎드린 강가를 거닐면서
어느 시인이 들려준 인생찬미* 질펀히 흐르는 강물은
강둑에 턱 고이고 바라보는 풍경일 때가 더러 있었다
** 인생찬미 - 롱펠로우의 시
***가을이 되면 가보지 못했던
섬진강변에 가서
머리채 흔들어대며
으시댈 그 억새풀들을
보면서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서성거릴
어느 시인의 감성을
나도 느낄 수 있을까요? ***
2011 5. 31.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