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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지연이 엄마가 보았으면......병에게(조 지훈)

향기로운 재스민 2011. 6. 16. 07:10

                               무슨 꽃인지 알지요?

 

병에게  ....(조지훈)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 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生의 외경畏敬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는 무슨 일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說服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 조지훈 (1920년 - 1968)  대표적인 청록파 시인. 주로 자연,무속,  선등을

소재로 한 민족적인 색채가 짙은 시를 많이 썼다.

시집으로 <청록집> <조지훈 시선>***

 

*** 병에게...병을 자기 친구 에게 얘기하듯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하는 것은

                 언제든 병은 친구처럼 올 수 있다는 것으로

                 오히려 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

 

                 오늘 아침에는 이 시로 마음의 안정을 갖기를 바라면서

                 글을 올려봅니다.

 

 

 

2011. 6.16      목요일  오늘은 교리 공부가 있는 날이다.

 

 

                     향기로운 쟈스민의 아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