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지나서 ...
산돌배 조성구
여름에도 겨울 소리 들리는 그곳에는
슬픈 사람들이 울어버린 자국
지쳐 메마른 간기들이 하얗게 질린채 누웠다
여태껏 가만히 있어 준 적 없는
말 수 잃은 해홍(海紅), 끼리 모여 있어도 외로운데
갯마을 아낙이 퍼질러 앉아
오줌 줄기 갈겨버린 자국마다
우중(愚衆)의 전설은 이미 빠져 나간지 오래다
엉덩이 들썩거리던 검은파도와
배알 없이 떠난 비늘 달린 놈들은 어디로 갔는지
배 찬 달(月)은 우렁찬 사내를 내어놓고
양수 빠져나간 헬쓱한 해녀의 자궁 속 주름만 남겼다
대들어 삿대질하고 퇴로를 묻지만
수로에 납작 엎드려 미동 없는 홍게
예전의 망둥어가 지나갔던 길을 가르쳐 줄 뿐
말 없는 지채(芝菜 )갈대만 자꾸 뭍으로 기어나왔다
땅이 된 바다, 통곡을 감춰도 이는 해풍 너머
물때에 취한 어부의 노래 어김없이 오갔을 포구
설핏 발꼬랑내 나는 뻘 낀 손가락으로
짚어 헤는 어부의 큰 달력 풍경은 언제나 만조다
칠면초 사이 물 고랑따라
언젠가는 수심이었을 곳에 석양은 지고
마음을 곱게 다듬어 귀 기울이면
여름에도 들리는 겨울 해조음(海潮音) ...
201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