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스크랩] 배회

향기로운 재스민 2011. 7. 6. 07:08


 

    배회/김인태 별 의미 없었던 날에도 그리움은 하늘에 쪼아대는 갈매기 마냥 자맥질에 발목 잡혀 혼자 넘어질 때가 가끔 있다 바람이 질주하는 동백 길 걸으며 반쪽이 그리워 소나기처럼 문득 쏟아내는 고독함이 엄습해 온 그런 날, 하루의 문턱에 넘어지는 날이 있다 물소리에 초록물이 굼틀거린 해방의 날 왔다지만 어쩌면 그립다는 말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바람에 채이듯 흩어지다가도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쫓아와 와락 안기는 해무, 온몸을 휘감아 동백섬 모퉁이 서 있는 등대처럼 해안에서 바라본 섬 좁히기 너무 힘들어 수지맞지 않은 농사 버리고 도회로 떠나고 싶었던 날 새벽이 찾아와 일러 준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굽히지 않은 고집, 높은 산을 무너트리고 있어도 커가는 여백 금쪽같은 생각 뭐로 메울까 스멀스멀 돋아나는 억새 가을에도 비는 내린다고 끌끌대며 혀를 차고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아도 또렷해져 흥건히 젖는 표류 쏟아내는 박수로 묵직한 나루터기 앉아 출렁거린 대지를 바라본다면 낙수에 패인 아픈 발자국 목말라하는 저 잎사귀 제대로 영글지 못할 열매, 부끄러움 우들우들 두려움에 어렵게 밟고 선 이 시간에도 넘어질 날 있어 기다린 시간이 너무 무겁다

     

    출처 : 가을, 그리고 겨울로
    글쓴이 : 동백 원글보기
    메모 : 조용히 혼자 보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