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빗방울 처럼 나는 혼자였다중에서.)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공지영

향기로운 재스민 2011. 7. 10. 20:31

 

                                         무슨 열매인가 포도는 아니고....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들판은 흩날리는 빛으로 온 통 흰색이었고

가장 긴 풀잎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깊은 발자국은 눈 위에 새겨져

언덕의 맨 끝 솔밭길까지 이어져 있다

 

난 그녀를 볼 수가 없다 희뿌연 안개 스카프가

검은 숲과 흐릿한 오랜지빛 하늘을 흐려 놓았기에.

그러나 그녀는 초조하게 추위에 떨며 기다리겠지

초조하고 차갑게, 흐느낌 같은 것이 싸늘한 한숨에 스며들면서.

 

피할 수 없는 이별이 더욱 가까워질 뿐임을 정녕 알면서도

왜 그녀는 그렇게 선뜻 오고 마는 걸까

언덕길은 험하고 내 걸음은 더디다

내가 할 말을 알면서도

왜 그녀는 오는 것일까

 

 

_ D. H. 로랜스  <겨울 이야기>

 

로렌스 그는 전성기 영국 상류 사회의 위선을 비웃었습니다.

그의 소설은 판매가 금지되는 수난을 겪게됩니다

 

브레히트의 말은 '죽은 물고기만이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글마다 깨어 있음보다 두둥실 죽어 떠내려가는 것이 훨씬

매혹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도 ...그리하여 저는

날마다 저 자신과 대치합니다. 내 속에서 들끓는 수많은

욕망과 집착과, 그것을 넘어서서 더 높고 맑고 깊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피 흘리며 서로 부벼대고 있습니다

 

그의 시 속에 나오는 그녀가 나 같다고. 아주 오래전 비가 내리는

어느 거리에서 나 싫다는 사람을 따라가다가 그만 빗길에 미끄러져

우산도 놓쳐버린 채 한 길거리에서 엎어져 울고 있었던 나 같다고.

나를 지긋지긋해 하는 그를 따라가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아마도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나를 버리고 떠난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 

 

 

20911. 7. 10   오늘 읽은 글 중에서.....향기로운 쟈스민

                   < 다 용서를 할 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