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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려면...... 정호승

향기로운 재스민 2011. 7. 11. 11:29

 

 

 

 

꽃을 보려면......정호승

 

(이 아침의 시)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그런 줄도 모르고 서두르기만 했습니다.

저 연약한 씨방 속에 고요한 꽃과 따뜻한 잎과

부드러운 흙과 그 모든 것을 보듬고 있는

어머니가 계시는데, 그동안 눈이 녹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지도 못했습니다.  가끔씩 내 속을

찌르는  칼마저 버리지  못했으니  더욱

부끄럽습니다.

 

한평생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신' 어머니.

이렇게 따순 날 꽃잎피고 지는

소리 들으며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과  '잎' 과 '흙'의 숨결을 천천히

만져봅니다. 오, 손가락 끝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꽃무니 음표와 살랑살랑 노래를 받아

적는 오선지의 몸짓.

 

 

고두현 문화 부장. 시인

 

 

 

 

 

*** 전에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라는

책을 사서 보았고 친구에게 선물로도 사 주었는데...

오늘은 그 분의 시가 신문에 나와서 올려 보았습니다.

 

 

2011. 7. 11.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