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無等)을 보며....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해빛 속에 갈매 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 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은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을 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 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 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현대공론 1954.8
*** 가난하다고 하는 것은 다만 불편하다고 하는 얘기가 생각난다
인간의 마음 속의 착한 본성까지야 누구도
덮어버리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있다.***
하루에 하나씩은 타자 연습을 겸해서 골라 읽어보는데
오늘의 시로서는 서정주 시를 올려봅니다
P.S. 초록색의 무성한 잎을 보며 저렇게 항상
싱싱한채로 변하지 않았으면 .....
2011. 7. 25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