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천 년 묵은 형이상학자...심보선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1. 17. 05:34

 

 

 

천년 묵은 형이상학자,,,,..심보선

 

 

 

환상과 지식이 만나면 고통뿐이다

의자 위에서 심하게 훼손된 그의 인생을 보라

천 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별은 두 배로 늘었고 달은 지구와 합쳐졌다

견고한 아름다움을 갈고 닦던 시절은 끝났다

구원을 깔끔히 포장해주던  하얀 손들도 사라졌다

마음은 온통 물컹해지고 뒤죽박죽 섞여

쾌락과 예의와 명철함이 구별되지 않는다

천 년 동안 그는 의자 위에 의자의 의지로 앉아 있다

앞산에는 천 년을 참다 터진 웃음처럼 꽃들이 만발하다

 

오래전 그 등산길을 죽은 아내와 거닐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를 태운다

아무려나 상관없다 이제

심장에는 나쁜 피조차 흐르지 않으니

우편배달부는 그를 낡은 인쇄물이라 했고

검시관은 잘린 신체의 일부라 했다

그는 자신이 의자의 유령이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그의 몸은 의자로부터 분리되어

미분류 딱지가 붙은 상자로 옮겨져

영원한 어둠 속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상자 뚜껑이 닫히기 직전

영원하라, 형이상학이여, 의자에의 의지여!

그가 온 힘을 다해 절규해보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는 천 년 동안 의자 위에 의자의 의지로 앉아 있다....***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을까.....

 

 

 

2011.  1.  17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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