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런 불효막심한......낙법 (落法) 시집에서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1. 19. 06:27

 

 

 

이런 불효막심한.....낙법  (권순진) 시집

 

 

대수롭지 않은 문학행사에 늦지 않으려고 구두를 꺾어 신은채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렀다 여든다섯 어머니가 따라 나오며

에비야 나가는 길에 이것 좀 버려다오 그러신다 묶어서 현관

앞에 두었던 재활용 쓰레기 봉지들이었다 시간 없으니

나중에 버리겠노라는 불퉁한 대꾸를 남기고선 딩동 상냥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늦은 밤 돌아와보니 봉지는 어머니 손에 이미 처리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중간에서 한 아저씨와 아줌마가 탔는데 그 양반이

쓰레기 두 뭉텅이를 다 받아 버려줬다고 한다 그 양반도

어디 좋은 곳에 가는 길인지 잘 차려입었더라는 것이다

제 각시는 뭘 꾸물대느냐 시간 없다고 연방 그러는데 동요

없이 그 쓰레기를 침착하게 다 비워주고 가더라는 것이다

 

이십 년 전쯤인가 동네목욕탕에서 어떤 젊은 처녀가 괜찮다

그러는데도 기어이 등을 밀어주더라며, 등을 밀면서 지금도

곱지만 젊었을  땐 무척 미인이었을 것 같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던 요즘 보기 드문 참하고 예쁜 색시 이야기를 아들 하나

더 있으면 며느리 삼고 싶은 색시라는 말을 붙여 하신 적이 있다

 

이 노인네가 쓰레기처리를 도와준 중년 사내를 보면서 은근히

저런 아들 하나 더 있었으면 좋곘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아니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 시인은 지금도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면 많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을게다....***

 

 

 

2011.  11. 19   향기로운 쟈스민  나도 조그만 일이라도

                     엄마에게 서운한 일이 얼마나 있었나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영원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그 시간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