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량역......문인수
모량역은 종일 네모반듯하다.
면 소재지 변두리 들녁 낯선 풍경을
가을 볕 아래 만판 부어놓는다.
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개 때문에
저기서부터 시작되는 너른 논들을, 논들에 출렁대는
누런 벼 농사를
더 널리 부어놓는다. 개는
비명도 없이 사라지고,
눈둑길을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 노인네는 또 누구신가.
누구든 상관없이
시꺼먼 기차소리가 무지막지 한참 걸려 지나간다.
요란한 기차소리보다
아가리가 훨씬 더 큰 적막을
다시 또 적막하게 부어놓는다. 전부,
똑같다. 하루에 한두 사람,
누가 떠나거나 돌아오거나 말거나
모량역은 단단하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한되다
문 인 수 ... 시집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쉬!> <배꼽>
<심상> 신인상 (1985)
김달진 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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