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모량역....문인수

향기로운 재스민 2012. 2. 20. 04:11

 

 

 

 

모량역......문인수

 

 

 

 

모량역은 종일 네모반듯하다.

면 소재지 변두리 들녁 낯선 풍경을

가을 볕 아래 만판 부어놓는다.

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개 때문에

저기서부터 시작되는 너른 논들을, 논들에 출렁대는

누런 벼 농사를

더 널리 부어놓는다. 개는

비명도 없이 사라지고,

눈둑길을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 노인네는 또 누구신가.

누구든 상관없이

시꺼먼 기차소리가 무지막지 한참 걸려 지나간다.

요란한 기차소리보다

아가리가 훨씬 더 큰 적막을

다시 또 적막하게 부어놓는다. 전부,

똑같다. 하루에 한두 사람,

누가 떠나거나 돌아오거나 말거나

모량역은 단단하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한되다

 

 

 

문 인 수  ...  시집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쉬!> <배꼽>

<심상>  신인상  (1985)

 

김달진 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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