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마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올해 탄생 100 주년 백석
시로 여는 주말 동아일보에서...
2012. 09. 08 향기로운 재스민
'배려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Kiss And Say Goodbye (0) | 2012.09.11 |
---|---|
외롭다는 것/ 김인태 (0) | 2012.09.10 |
[스크랩] [지상중계] 문학의 현장 - 도종환 시인 / “나는 저 작은 꽃보다 예쁜가” (0) | 2012.09.08 |
[스크랩] More Than I Can Say / Sammy Kershaw (0) | 2012.09.02 |
[스크랩] George Benson & Roberta Flack - You Are The Love Of My Life (0) | 2012.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