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도/고보희
오십여년 전 결혼식 날
신랑으로부터 소녀의 기도(바다르체프스카)
LP 판을 받았다
신부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12월 중순 신혼 첫날
내 체온을 탐내는 연탄불 꺼진 방
결혼에물은 금반지 석 돈
이삿짐 옮기기 십여 번 그때마다 깨질세라 솜이불
갈피에 넣어
어느 금은보화보다 정성스레 간직헀다
석돈 반지는 일 년을 못 넘기고 팔았으니 결혼 선물은
그것이 전부였다
염원하던 전축 윗목에 놓던 날
첫아이 여섯 살 때
음악을 들으려고 LP 판을 꺼내는 순간
눈앞에 슬픈 사건이 쾅
반듯햬야 할 것이 활모양 휘었다
이불 속에서 바가지 등이 된 소녀의 기도
*'북어는 오늘 배고프다' 고보희 시집 중에서....
( 78세인 고보희 시인님의 인생 일기 한편이었다)
2012. 09. 24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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