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질투/이기성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1. 11. 15:58

 

 

 

 

 

 

 

 

 

질투
… 이기성

괜찮아, 이것은 네 차가운 귀에 속삭이는 바람의 슬픈 이야기가 아니니. 공원 모퉁이 버려진 컴컴한 자루 속에 숨어 너는 끽끽 웃어도 좋다. 종일 허공을 달리던 목마들도 굳어버린 채 멍하게 식은 별들을 쳐다보고, 착한 애들의 웃음소리는 영원한 햇빛 속에 갇혀 있으니.

무쇠구두를 신은 바람이 더듬거리며 달려가는 밤, 계단의 끝에서 죽은 말처럼 입을 벌리고 잠들 수도 있지. 두려운 이빨처럼 희게 굳은 비명처럼.

차갑고 어두운 빗방울이 지상에 떨어진다.
지나가던 사람들 문득 고개를 돌려 네게 묻는다.
이봐, 아가씨, 오늘 밤 당신의 차가운 달은 어디에 있지?
길고 하얀 목에 걸린 검은 밧줄은 누구의 기억이지?

목쉰 늙은이들은
검은 쥐처럼 달의 더운 입술을 탐하고
공원의 구석 어두운 나뭇가지에
매달린 자루 속 너는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다

진한 오줌의 냄새를 흘리며 별들이 텅 빈 손을 내밀고
낡은 자루 속엔 그렇게 많은 노인들의 귓바퀴와 어린 새들과 구름의 잿빛 농담이 숨어 있을 테지만,

이것은 얼어붙은 네 귀에 속삭이는 어리석은 바람의 이야기가 아니고
자루 속에 담겼던 달은 검은 兵丁처럼 조용히 공원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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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현대문학  7 월호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