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안겨주는 음약

늙은 호박/신평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2. 24. 00:45

 

 

Giovanni Marradi - Una Furtiva lagrima  남몰래 흐르는 눈물

 

 

늙은 호박/신평

 

 

산비탈에 걸린 누런 호박 한 덩이

늙고 꺼칠한 얼굴

부드러운 햇살로

생의 마지막 분칠을 한다

 

 

줄기는 말라들고 이 생은 끊어지나

저 생의 준비를 마친 너그러움

 

 

어서 날 들고 가소

호박죽이 여간 좋은가요

내 몸 다 먹은 다음

내 안에 든 씨들

아무 데나 뿌려주소

 

 

봄날 축축한 땅, 얼굴 내밀 새 생명들

기쁘긴 해도 내 관여할 일 아니다

순명順命으로 이 생의 집착을 끊으며

넉넉히 웃는다

 

 

힘 빠진

고추잠자리 한 마리

호박 꼭지에 발을 내리더니

긴 낮잠에 빠져든다

 

 

 

 *신평 시집  산방山房에서...

 

 

2012.  12. 24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