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ovanni Marradi - Una Furtiva lagrima 남몰래 흐르는 눈물
늙은 호박/신평
산비탈에 걸린 누런 호박 한 덩이
늙고 꺼칠한 얼굴
부드러운 햇살로
생의 마지막 분칠을 한다
줄기는 말라들고 이 생은 끊어지나
저 생의 준비를 마친 너그러움
어서 날 들고 가소
호박죽이 여간 좋은가요
내 몸 다 먹은 다음
내 안에 든 씨들
아무 데나 뿌려주소
봄날 축축한 땅, 얼굴 내밀 새 생명들
기쁘긴 해도 내 관여할 일 아니다
순명順命으로 이 생의 집착을 끊으며
넉넉히 웃는다
힘 빠진
고추잠자리 한 마리
호박 꼭지에 발을 내리더니
긴 낮잠에 빠져든다
*신평 시집 산방山房에서...
2012. 12. 24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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