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를 바꾸며
향기로운 재스민
나처럼 이 집으로 시집와
온갖 허드렛일을 해온 너를 떠나보낸다
몇 년 전부터 차츰 삐걱거리며 아프기 시작했던 너
진즉에 왕진의사를 불렀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는데
미리 보살펴주지 못한 무심한 나를 나무라지만
이제는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어딘가 정처 없는 곳으로 떠나가는 너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찬 친구를 만나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받아 다시 태어나길 바라지만
이제는 영영 너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새 친구가 다 좋을 수만은 없을 것 같은 마음
또 다른 이별을 맞게 될까봐
겁이 나서 그러는 것일까
시시때때로 삐걱거리는 내 관절을 보며
동병상련을 느낀다
2013. 05. 15 향기로운 재스민
#307 은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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