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싱크대를 뱌꾸며/향기로운 재스민

향기로운 재스민 2013. 5. 15. 19:27

 

싱크대를 바꾸며

 

향기로운 재스민

 

 

나처럼 이 집으로 시집와

온갖 허드렛일을 해온 너를 떠나보낸다

몇 년 전부터 차츰 삐걱거리며 아프기 시작했던 너

진즉에 왕진의사를 불렀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는데

미리 보살펴주지 못한 무심한 나를 나무라지만

이제는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어딘가 정처 없는 곳으로 떠나가는 너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찬 친구를 만나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받아 다시 태어나길 바라지만

이제는 영영 너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새 친구가 다 좋을 수만은 없을 것 같은 마음

또 다른 이별을 맞게 될까봐

겁이 나서 그러는 것일까

시시때때로 삐걱거리는 내 관절을 보며

동병상련을 느낀다

 

 

 

2013. 05. 15  향기로운 재스민

 

 

#307  은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