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이기철

향기로운 재스민 2013. 6. 10. 06:30

 

   I 

        Islands _ Nectarios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빛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어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노래마다 눈물이 묻어있다> 한국 대표 명시선 100  이기철

 

 

2013. 06. 10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