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인연을 쓴 최인호는 .....

향기로운 재스민 2013. 9. 26. 07:33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의 모임문화에 자연스레 노래방문화가 들어섰다.

 

1차로 저녁먹고 2차로 술자리에 가고 대게 3차쯤가면 노래방에 가는게 순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술 취하도록 마신뒤에는 의레 노래방가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어느날 말짱한 정신으로 노래방 소파에 깊이 파 묻은채 곰곰한 사람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적이 있었다.

 

그때 내 관심을 집중시켰던건 평소에 자주 들었던 지인들 노랫소리가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들이었다.

 

하나같이 모든 가사가 사랑타령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좀 의아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모두 이별과 헤어짐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까이 하기에 너무나 먼 당신에서부터

 

우린너무 쉽게 헤어졌으며 갈테면 가라지

 

그까짓거 미련때문에 내곁에 있어줘 비틀거리며 내가 안길곳은 어디에

 

아 끝도 없는 시작도 없는 사랑의 미로여 등등

 

모든 가사가 하나같이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사랑의 이별을 노래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러나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헤어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쩔수없이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해도

 

어떻게 하나같이 모든 노랫가사에 나오는 사랑들이 이별을 전제로 하고 있는것인가

 

사랑이란 끝도 시작도 없는 사랑의 미로가 아니다.

 

사랑이란 단순함에 정직해서 미로는 커녕 그 흔한 지름길도 없으며

 

아주 멀리 돌아가야하는 우회로도 없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꼬불꼬불 꺽인 곡선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이르고 나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선으로 보일 것이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내곁에 있어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지겹도록 두사람은 함께있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요. 그리고 날 봐요

 

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서로의 얼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다.

 

정작 우리가 노래방에서 부르는 사랑노래엔 사랑이 없다.

 

사랑은 지금 당신곁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속에 있다.

 

그 사람의 환한 미소속에 있다.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의 인연' 中

 

 

 

 

 

 

* '인연'을  교보에서 사서 보았는데.....이제 최인호 작가는 하늘로 .....

 

2013. 09. 26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