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정개*의 추억/김순이

향기로운 재스민 2014. 4. 2. 17:15

 

작곡 정덕기 소프라노 임경애

 

 

 

 

정개*의 추억

 

김순이

 

 

삐걱거리는 나무 문틈 사이로

나는 보았다

 

열 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가마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덜 마른 솔가지를 힘껏 밀어 넣느라

머리카락이 땅바닥에 닿는 줄도 모르는 채

부지깽이로 휘적거리고 있다

시커먼 연기가 줄자

가랑이 좍 벌리고 앉아 구성진 노랫가락에 흥이 겹다

알뜰한 당신,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구성지고

잘도 넘어가는 뽕짝의 리듬에

황토 부뚜막은 노랫가락 사이로 부서져 내린다

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준비된 큰 고무다라는 작은 욕조가 되고

문고리에 걸린 숟가락 하나는

장정 몇을 이기고 남을 문지기가 된다

이윽고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나는 보았다

복숭앗빛 소녀의 꿈을

 

 

 

* 정개는 부엌이란 뜻으로 전라도 해남지방의 방언

  고려대학 라이시움 시창작반 에서...

 

 

2014 04. 02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