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정덕기 소프라노 임경애
정개*의 추억
김순이
삐걱거리는 나무 문틈 사이로
나는 보았다
열 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가마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덜 마른 솔가지를 힘껏 밀어 넣느라
머리카락이 땅바닥에 닿는 줄도 모르는 채
부지깽이로 휘적거리고 있다
시커먼 연기가 줄자
가랑이 좍 벌리고 앉아 구성진 노랫가락에 흥이 겹다
알뜰한 당신,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구성지고
잘도 넘어가는 뽕짝의 리듬에
황토 부뚜막은 노랫가락 사이로 부서져 내린다
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준비된 큰 고무다라는 작은 욕조가 되고
문고리에 걸린 숟가락 하나는
장정 몇을 이기고 남을 문지기가 된다
이윽고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나는 보았다
복숭앗빛 소녀의 꿈을
* 정개는 부엌이란 뜻으로 전라도 해남지방의 방언
고려대학 라이시움 시창작반 에서...
2014 04. 02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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