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추억
이후재 시인의 시 낭송 (시와시와)...
커다란 창
-이규리
창이 큰 집에 살면서 오히려 창을 가리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큰 창을 냈을까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어떤 사람은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창을 낸다고 했지
감방의 창을 생각해 보라
뚫어져라 내다보던 좁아터진 눈빛을 생각해 보라
없는 곳에 기를 쓰고 뚫어야 했던 건 어둠이었을까
제 안에 하루에도 수십 번 저를 뚫어야 하는 암흑이 있어
어느 날은 그 창으로 꽃을 보았다 말하겠지
어느 날은 그 창으로 비참을 보았다 말하겠지
빛을 모으는 누군가와
그늘을 모으는 누군가의 눈이
겹치는 건 우연도 아니다
창이 왜 낮엔 바깥을 보여주고 밤엔 자신을 보게 하는지
창으로 노래를 하고 다시 적막에 들고
살아 있어 창을 낸다면, 다시 창을 낸다면
한 그리움 정도의 크기만 내리라
그저 마지막에 남을 사람, 그 창으로
별 돋는 것처럼 올 수 있게, 꽃 지는 것처럼 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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