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

절(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이홍섭

향기로운 재스민 2014. 8. 29. 06:46

 

 

 

 

이홍섭(1965 ~  )

 

일평생 농사만 지으시다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절을 잘하셨다

 

제삿날이 다가오면

나는 무엇보다 작은할아버지께서 절하시는

모습이

기다려지곤 했는데

 

그 작은 몸을 다소곳하게 오그리고

온몸에 빈틈없이 정성을 다하는 자세란

천하의 귀신들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 배길

모습이라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가만히 그 모습을 떠올리며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끝을 모아보지만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란 자세라

제풀에 꺾여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먼훗날 내 자식이 또한 영글어

제삿날 내 절하는 모습을 뒤에서 훔쳐볼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리워지길

 

그리워져서

천하의 귀신들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 배길

모습이라

생각해주길 내처 기대하며

나는 또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가만히 발끝을 모아보는 것이다

 

 

2014. 08. 29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