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이홍섭(1965 ~ )
일평생 농사만 지으시다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절을 잘하셨다
제삿날이 다가오면
나는 무엇보다 작은할아버지께서 절하시는
모습이
기다려지곤 했는데
그 작은 몸을 다소곳하게 오그리고
온몸에 빈틈없이 정성을 다하는 자세란
천하의 귀신들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 배길
모습이라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가만히 그 모습을 떠올리며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끝을 모아보지만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란 자세라
제풀에 꺾여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먼훗날 내 자식이 또한 영글어
제삿날 내 절하는 모습을 뒤에서 훔쳐볼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리워지길
그리워져서
천하의 귀신들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 배길
모습이라
생각해주길 내처 기대하며
나는 또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가만히 발끝을 모아보는 것이다
2014. 08. 29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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