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웃음소리/ 이상국
내가 한 철 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
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
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
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
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 먹고
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북천 물소리가 그걸 싣고 가다가
돌멩이처럼 뒤돌아보고는 했다
아무 하늘에서나 햇구름이 피던 그날은
살다가 헤어지기도 좋은 날이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온몸이 환해진다
- 시집『뿔을 적시며』(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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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3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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