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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설因緣說/문덕수

향기로운 재스민 2014. 9. 28. 07:31

 

 

 

 

인연설因緣說

문 덕 수

 

어느 연둣빛 초봄의 오후

나는 꽃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다.

그랬더니 꽃 하나가 내려와서

내 왼 몸을 안아보고서는 가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입술이며 이마를 한없이 부비고 문지르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손톱 끝의 먼지를 닦아 내고,

그리하여 어느덧 한세상을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날아가고 있었다.

 

 

2014 스토리문학 10주년 <여름호> 에서 ....

기차 위의 쌀 외 딸기 (김방주)를 찾아 읽다가.

 

2014. 09. 28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