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누워 / 박해수
내 하나의 목숨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본다
설익은 햇살이 따라오고
젖빛 젖은 파도는 눈물인들 씻기워 간다
일만(一萬)의 눈초리가 가라앉고
포물(抛物)의 흘러 움직이는 속에
뭇 별도 제각기 누워 잠잔다
마음은 시퍼렇게 흘러 간다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가 될까
물살이 퍼져감은
만상(萬象)을 안고 가듯 아물거린다.
마음도 바다에 누워 달을 보고 달을 안고
목숨의 맥(脈)이 실려간다
나는 무심(無心)한 바다에 누웠다
어쩌면 꽃처럼 흘러가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외로이 바다에 누워 이승의 끝이랴 싶다.
- 시집『바다에 누워』(심상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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