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

[스크랩] 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이승하 낭송/유현서

향기로운 재스민 2015. 7. 14. 06:33
    
                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이승하   낭송/유현서         
                    누구나 꼭 한 번 죽는데
                    목숨대로 살다 편안하게 죽는 기
                    그기 그리 쉬운 기 아이다
                    내 한평생 염하다 보이
                    사고로 동강난 송장 염하기
                    얼어 죽어 굳은 송장 염하기
                    만삭이 다된 부인 염하기
                    안 해 본 기 없다마
                    남녀 노소 남남북녀
                    고관 대작 장삼이사
                    안 만져 본 송장이 없다마
                    관 하나에 두 살마 넣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                       
                    나 원 참 요새는 빙운서 얼라 꺼내지만
                    만삭으로 죽은 부인의 하문에
                    손 쑤욱 집어 넣어 억지로 꺼내모
                    핏덩이는 싸늘히 식어 있었지러
                    쌍디도 죽은 몸에서 끄집어내봤지러
                    그 얼라의 혼도 있을라나?
                    있으모 저승으로 갔을라나?
                    내가 뜬 눈 쓸어 감게 주고
                    내가 턱 로여 입다물게 하고
                    내가 칠성판에 눕힌 송장의 수가�인지
                    알 수가 있나
                    참 더럽게 산 자나
                    참 깨끗하게 죽은 자나
                    송장은 그기 다 소중한 기라
                    향나무 담근 따신 물로
                    머리부터 감기고 얼굴을 씻기고
                    수건에 향물 축여 몸도 씻겼지러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쌀을 퍼
                    세 번 입에 넣는데, 넣을 때마다
                    천 석이오! 오천 석이오! 만 석이오!
                    참 많이도 외쳐댔지러
                    수의를 다 입히고 나면
                    염포를 일곱 조각으로 잘라 송장을 묶지러
                    여자는 아래부터 먼저 매야 하는데
                    그래야 항문과 하문에서
                    추깃물이 흘러 나오지 않거든
                    제기랄 그래 봤자 썩을 걸 누가 모르나
                    누가 모르긴 아무도 모르지
                    죽을 걸 알모 이렇게들 살어?
                    귀신 될 걸 알고도 이렇게들 살어?
                     *빙운, 얼라, 쌍디, 따신은 병원, 아기, 쌍둥이, 
                     따뜻한의 경상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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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승하 : 화가 뭉크와 함께 이후
글쓴이 : 이승하 원글보기
메모 : 친구 장미와 함께 다시 들으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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