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이승하 낭송/유현서
누구나 꼭 한 번 죽는데
목숨대로 살다 편안하게 죽는 기
그기 그리 쉬운 기 아이다
내 한평생 염하다 보이
사고로 동강난 송장 염하기
얼어 죽어 굳은 송장 염하기
만삭이 다된 부인 염하기
안 해 본 기 없다마
남녀 노소 남남북녀
고관 대작 장삼이사
안 만져 본 송장이 없다마
관 하나에 두 살마 넣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
나 원 참 요새는 빙운서 얼라 꺼내지만
만삭으로 죽은 부인의 하문에
손 쑤욱 집어 넣어 억지로 꺼내모
핏덩이는 싸늘히 식어 있었지러
쌍디도 죽은 몸에서 끄집어내봤지러
그 얼라의 혼도 있을라나?
있으모 저승으로 갔을라나?
내가 뜬 눈 쓸어 감게 주고
내가 턱 로여 입다물게 하고
내가 칠성판에 눕힌 송장의 수가�인지
알 수가 있나
참 더럽게 산 자나
참 깨끗하게 죽은 자나
송장은 그기 다 소중한 기라
향나무 담근 따신 물로
머리부터 감기고 얼굴을 씻기고
수건에 향물 축여 몸도 씻겼지러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쌀을 퍼
세 번 입에 넣는데, 넣을 때마다
천 석이오! 오천 석이오! 만 석이오!
참 많이도 외쳐댔지러
수의를 다 입히고 나면
염포를 일곱 조각으로 잘라 송장을 묶지러
여자는 아래부터 먼저 매야 하는데
그래야 항문과 하문에서
추깃물이 흘러 나오지 않거든
제기랄 그래 봤자 썩을 걸 누가 모르나
누가 모르긴 아무도 모르지
죽을 걸 알모 이렇게들 살어?
귀신 될 걸 알고도 이렇게들 살어?
*빙운, 얼라, 쌍디, 따신은 병원, 아기, 쌍둥이,
따뜻한의 경상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