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操心 조심/박진규

향기로운 재스민 2015. 8. 14. 07:10

 

 

 

 

조심(操心)

- 박진규

 

가까이 가서 보니 탱자나무 울타리 속

작은 새들이 오글오글하였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다 바빴습니다

저 많은 가시 요리조리 피해가며

탱자나무 울타리 속 커다란 미로를 조각하는 중입니다

내 안에도 저 새처럼 많은 것들이 있어

이토록 시끄럽게 지저귀며 복작대는 중입니다

그러다 불현듯 새떼가 몽땅 날아가 버렸습니다

나는 탱자나무가 새들에게 한 말이 있을 것만 같아서

조용해진 미궁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탱자나무는 그저 자신의 내부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푸른사상' 2014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