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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패/안성덕

향기로운 재스민 2015. 9. 8. 12:08

 

 

꽃놀이패

안성덕

                                                                       

   우하변에 매화 반발하고 좌상귀 복사꽃 분분하네

   계란 삶고 김밥 말아 꽃구경 한 번 못가고 봄날은, 갔네

   산번지 까치집도 좋으니 문패나 한 번 걸어보겠다고 알탕갈탕

   사이다 한 번 못 먹인 딸아이는 여태 목이 메는지 지금도 자주 제 가슴팍을 치네

   앞 장강 물이 뒷물에 밀려 나듯 내 청춘 흘렀네

   대마불사도 헛말, 축도 모르는 채 덩치만 키운 아들놈은 제대 후에도 출구를 못 찾네

오년 째 미생마네

   매화 놓치면 복사꽃 구경 가고 복사꽃 노히치면 매화 보려가겠네 무서리 친 늦가을 아닌

꽃놀이에, 두견화는 덤으로 ​꺽고 화전도 두어 장 부쳐보려네

   좌상귀 복사꽃 한 점 따고, 우하변 매화 한 점을 다 담네

   다 저녁에 반상은 꽃피는 봄날이네 겨우 환갑에, 양로당 출입은 좀 뭣하고 명문기원 구석에서

짜장면 내기 돌을 놓네

   사는 일이 종당에 한 채 집짓기라, 이만하면 근근히 계가는 될까도 싶네 꽃놀이패 덕에

사석보다

두어 집은 더 지은 것 같네

 

 

 

   전북 정읍출생,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몸붓』, 전북작가회의 회원

시 당선작-입춘(안성덕)

 

골판지는 골판지대로 깡통은 깡통대로

끼리끼리 모여야 밥이 된다고

삼천변 요요要要자원* 파지 같은 생들이

마대자루에 빈 페트병 고봉으로 눌러 담는다

오락가락하던 진눈깨비가 물러간다

유모차에 생활정보지 걷어오는 할머니

치마꼬리 따라온 손주 볼이 발그레하다

어슬렁거리던 누렁이가 꼬리친다

쥐불 놓는 아이들의 함성 오종종 모여 있는 갈밭

풀린 연기 사이로 북녘을 가늠하는

오리떼 몸통이 통통하다

버들개지 은대궁도 제법 토실하다

모두 요요夭夭하니

풀려나간 요요yoyo가 제 목줄 감아올리듯

스르르 계절조차 되돌아온다

쥐불 놓은 갈밭에도 펜촉 같은 새순이 돋아

돌아올 개개비떼 노래 낱낱이 기록하겠다

코흘리개 맡겨놓고 감감 소식 없는 며느리도

한 소식 보내오겠다

 

*전주 삼천변에 자원재활용센터 요요자원이 있다

 

*안성덕 시인을 찾아

2015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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